정읍 남복리미륵암석불에서 만난 고요한 신앙의 숨결
늦가을 바람이 선선하던 주말 오전, 정읍 고부면 남복리 쪽으로 향했습니다. 마을 입구부터 이어진 구불구불한 농로를 지나니 낮은 산자락 아래에 ‘남복리미륵암석불’이라는 표지석이 세워져 있었습니다. 멀리서도 바위 한가운데 새겨진 불상이 눈에 띄었습니다. 세월이 깎아낸 흔적이 곳곳에 있었지만, 얼굴 윤곽은 여전히 온화했습니다. 주변은 조용했고, 들풀 사이로 새소리만 들렸습니다. 한쪽에 놓인 돌계단을 따라 천천히 오르자 석불이 있는 바위면이 가까워졌습니다. 햇빛이 옆에서 비스듬히 닿으며 바위의 질감과 조각선이 선명히 드러났습니다. 눈앞의 불상은 그리 크지 않았지만, 묵직한 기운이 느껴졌습니다. 오랜 세월을 이 자리에서 버텨온 존재에게 자연스레 경건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1. 고부면 남복리로 가는 길
정읍 시내에서 차량으로 약 25분이 소요되었습니다. 내비게이션에 ‘남복리미륵암석불’을 검색하면 고부초등학교를 지나 남쪽 들판으로 이어지는 길을 안내합니다. 도로 폭이 넓지 않아 마주 오는 차량을 만나면 잠시 비켜야 합니다. 마을을 지나면 흙길이 시작되고, 도로 끝자락에 주차 공간이 작게 마련되어 있습니다. 간이 주차장에는 3~4대 정도 주차가 가능했습니다. 대중교통 이용 시에는 정읍터미널에서 고부면 방면 버스를 타고 ‘남복리 정류장’에서 하차 후 도보로 15분 정도 걸어가면 도착할 수 있습니다. 표지판이 작아 쉽게 놓칠 수 있으니 ‘미륵암석불 안내석’을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주변은 농촌 마을이라 들꽃과 벼냄새가 섞여 있고, 도착할 무렵에는 바람 소리만이 길을 채웠습니다.
2. 바위 불상이 자리한 공간과 분위기
바위는 산의 일부가 아니라 마을 언덕에 단독으로 솟아 있는 형태였습니다. 그 바위면 중앙에 높이 약 3미터의 불상이 새겨져 있는데, 머리 위에는 반원형 광배가 faint하게 남아 있습니다. 얼굴은 넓고 눈매가 아래로 길게 그려져 있으며, 입가에는 미묘한 미소가 남아 있습니다. 옷 주름은 간결하지만 어깨선과 무릎선의 비례가 자연스럽습니다. 바위 주변에는 잡초가 거의 없었고, 하단에는 작은 돌로 단을 쌓아 제를 지내던 흔적이 남아 있었습니다. 이른 오전에는 서쪽에서 빛이 비스듬히 들어와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지며, 그때 불상의 입가가 가장 또렷하게 보입니다. 전체적으로는 거대한 바위 속에 불상이 스며든 듯한 인상이었습니다. 인공적 조각이 아닌, 자연과 함께 호흡하는 형상이었습니다.
3. 남복리미륵암석불의 특징과 의미
이 암석불은 고려 전기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며, 석질은 부드러운 화강암입니다. 다른 지역의 미륵불에 비해 단정한 선과 평온한 표정이 특징입니다. 머리 부분이 약간 마모되어 있으나 전체 윤곽이 선명해 조각 당시의 비례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불상의 손 모양은 오른손을 가슴께로 들어 올린 ‘시무외인’ 형식으로, 중생을 위로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합니다. 바위면에는 세월의 흔적이 겹겹이 쌓여 균열이 생겼지만, 조각선 사이에 이끼가 얇게 자리해 오히려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더했습니다. 인근 주민들은 예로부터 이 바위를 ‘미륵바위’라 부르며 매년 음력 정월에 간단한 제를 지내왔다고 합니다. 단순한 문화재를 넘어, 신앙과 삶이 함께 이어진 상징 같은 존재였습니다.
4. 현장에서의 편의 요소와 관리 상태
입구에는 작은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고, 바위 주변은 잡초 없이 잘 정리되어 있었습니다. 인근 마을 주민들이 주기적으로 돌보는 듯했습니다. 음수대나 화장실은 없지만, 주차장 옆에 벤치 두 개가 놓여 있었습니다. 안내문에는 암석불의 제작 시기와 형태, 재질에 대한 설명이 간략히 적혀 있었습니다. 봄철에는 주변에 유채꽃이 피고, 가을에는 황금빛 들녘이 배경을 이룹니다. 햇빛이 강한 날에는 그늘이 거의 없으므로 모자나 양산이 필요합니다. 조용히 앉아 있으면 바람이 불 때마다 들리는 풀잎 소리가 마치 기도 소리처럼 잔잔했습니다. 시설은 단출했지만, 그만큼 불상의 존재가 더욱 도드라졌습니다. 주변 정비 상태가 양호해 관람하는 데 불편함은 없었습니다.
5. 인근에서 함께 둘러볼 만한 곳
남복리에서 차량으로 10분 정도 이동하면 ‘고부향교’가 있습니다. 전통 누각과 고목이 어우러져 고즈넉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이어서 ‘정읍 무성서원’으로 이동하면 조선시대 선비문화의 흔적을 함께 둘러볼 수 있습니다. 미륵암석불과는 또 다른 정신적 울림을 줍니다. 점심은 고부면 중심의 ‘삼거리 국밥집’에서 해결했습니다. 투박한 시골식 밥상에 배추김치가 잘 어울렸습니다. 식사 후엔 ‘정읍천 생태공원’을 거닐며 잠시 휴식했습니다. 가을철 억새밭이 장관이었습니다. 하루 일정으로도 충분히 여유로운 코스였고, 조용한 성지에서 시작해 역사와 자연을 함께 느끼는 여정이었습니다.
6. 방문 시 유용한 팁과 주의사항
이곳은 사찰터가 아닌 노천 유적이므로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비가 온 다음 날에는 바위면이 미끄러워 접근 시 주의해야 합니다. 관람 시간은 제한이 없지만, 오후 5시 이후에는 햇빛이 사라져 불상의 세부가 잘 보이지 않습니다. 오전 10시 무렵 방문하면 조각선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벌레가 많은 여름철에는 긴 옷차림이 좋고, 겨울엔 바람이 매서워 장갑을 챙기면 편합니다. 유적 주변은 보호 구역이므로 바위에 손을 대거나 향을 피우는 행위는 금지되어 있습니다. 사진을 찍을 때는 플래시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도로 표지판이 많지 않으니 미리 지도 앱을 저장해두면 찾기가 수월합니다. 조용히 머물며 불상의 표정을 천천히 바라보는 것이 이곳의 진가를 느끼는 방법이었습니다.
마무리
남복리미륵암석불은 화려함보다는 담백한 위안이 느껴지는 공간이었습니다. 바위와 불상이 하나가 된 모습은 세월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믿음의 상징처럼 다가왔습니다. 주변의 고요함이 마음을 정화시켰고, 바람과 햇살이 함께 어우러진 그 순간이 오래 기억에 남았습니다. 짧은 머무름이었지만, 이곳에서 느낀 평온함은 도시의 소음과는 전혀 다른 결이었습니다. 언젠가 봄비 내린 뒤 다시 찾아, 젖은 바위면 위로 번지는 불상의 미소를 보고 싶습니다. 시간의 흔적이 그대로 살아 있는 이 작은 유산은, 고요히 세월을 견디며 여전히 사람들에게 말을 걸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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