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구황동 당간지주에 서린 신라 천년의 고요한 숨결
이른 아침, 경주 구황동의 조용한 골목길을 따라 걷다 보면 돌기둥 두 개가 마주 선 독특한 풍경이 시야에 들어옵니다. 그것이 바로 경주 구황동 당간지주입니다. 주변은 낮은 주택과 들판이 어우러져 있고, 멀리 토함산 자락이 은은하게 내려다보였습니다. 차가운 바람이 돌 표면을 스치며 먼 세월의 기운을 전하는 듯했습니다. 기둥은 묵직하고 단단했으며, 표면에 새겨진 세월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었습니다. 특별한 장식이 없지만, 그 단순함 속에서 오히려 강한 존재감이 느껴졌습니다. 불당의 깃발을 지탱하던 이 두 돌기둥은 천년을 견뎌내며 여전히 같은 자리에 서 있었습니다.
1. 경주 시내에서 가까운 접근로
구황동 당간지주는 불국사로 향하는 길목, 경주 시내 중심에서 차로 10분 남짓 떨어진 곳에 있습니다. 내비게이션을 ‘경주 구황동 당간지주’로 설정하면 인근 도로변의 작은 주차장으로 안내됩니다. 주차 후 골목길을 따라 1분만 걸으면 담장 옆에 당간지주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입구에는 안내 표석과 함께 “보물 제65호 경주 구황동 당간지주”라는 표지가 세워져 있어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주변에는 낮은 논과 밭이 이어져 있으며, 바람이 불 때마다 억새가 흔들립니다. 길은 평탄하지만, 이곳이 불국사 가는 옛길의 초입이라는 사실을 떠올리면 걸음이 한결 의미 있게 느껴졌습니다. 짧은 길이지만, 천년의 길처럼 깊었습니다.
2. 구조와 형태의 특징
경주 구황동 당간지주는 높이 약 4.2미터의 돌기둥 두 개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두 기둥은 일정한 간격을 두고 마주 서 있으며, 윗부분에는 가로대를 끼웠던 홈이 남아 있습니다. 불교 사찰의 입구에 세워져 깃발을 걸던 구조물로, 이곳은 당시 절터의 흔적을 전해주는 유일한 유물입니다. 기둥의 재질은 화강암으로, 밑부분은 두툼하고 위로 갈수록 조금씩 가늘어집니다. 기둥의 표면에는 도구 자국이 희미하게 남아 있어 당시의 석공 솜씨를 짐작하게 합니다. 두 돌 사이로 햇살이 스며들며 길게 그림자를 드리웠고, 그 단정한 선이 마치 하나의 문처럼 느껴졌습니다. 세월이 빚은 균형미가 놀라울 만큼 정교했습니다.
3. 역사적 배경과 의미
이 당간지주는 통일신라시대 8세기경에 세워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당시 불교는 국가의 중심 사상이었고, 사찰마다 당간을 세워 법회의 시작을 알리는 깃발을 달았습니다. 구황동 일대에는 과거 ‘황룡사’의 부속 절이 있었다는 설이 있으며, 이 당간지주가 그 절의 흔적을 보여주는 유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안내문에는 “신라 석조 기술의 완성도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라는 설명이 적혀 있었습니다. 기둥의 간격과 비례, 그리고 기단부의 단단한 구조는 단순한 돌기둥을 넘어, 신라인들의 신앙과 미학을 상징합니다. 아무런 장식 없이도 그 자체로 성스러움이 느껴지는 이유가 바로 그 시대의 정신에 있었습니다.
4. 주변 경관과 보존 상태
당간지주 주변은 잘 정비되어 있었습니다. 낮은 울타리가 둘러져 있어 보호되고 있으며, 안내문과 함께 간단한 쉼터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돌기둥 아래에는 원형 기단이 남아 있고, 그 위로 잡초 하나 없이 깔끔히 관리되어 있었습니다. 주변에는 감나무와 대나무가 어우러져 있어 계절마다 풍경이 달라집니다. 봄에는 새싹이 돌 아래를 감싸고, 가을에는 붉은 낙엽이 기둥 주위를 덮습니다. 돌의 표면은 세월에 닳았지만 여전히 단단했고, 빛을 받으면 회색빛이 아닌 은은한 미색을 띠었습니다. 관리소 직원이 주기적으로 점검을 하고 있어, 훼손된 흔적 없이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5. 함께 둘러볼 만한 경주의 유적지
구황동 당간지주를 관람한 후에는 인근의 ‘분황사’를 함께 방문하는 것이 좋습니다. 두 유적지는 직선 거리로 5분 이내이며, 신라 불교 건축의 흐름을 이어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이어 ‘황룡사지’를 둘러보면 당시의 사찰 규모와 당간지주의 기능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점심은 황성동 근처 ‘미림식당’에서 먹은 돌솥비빔밥이 인상 깊었습니다. 고소한 참기름 향과 나물의 조화가 깔끔했습니다. 오후에는 ‘불국사’로 이동해 당간지주가 서 있던 시대의 완성된 불교미를 감상했습니다. 구황동–분황사–황룡사지–불국사로 이어지는 코스는 경주의 불교 유산을 하루에 체계적으로 둘러볼 수 있는 일정이었습니다.
6. 방문 팁과 추천 시간대
구황동 당간지주는 상시 개방되어 있으며 입장료는 없습니다. 오전 9시에서 11시 사이 방문하면 햇살이 돌기둥 사이로 비스듬히 들어와 가장 아름다운 그림자를 만날 수 있습니다. 여름에는 볕이 강하므로 모자를 준비하고, 겨울에는 돌 위에 성에가 끼어 미끄러울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비가 온 뒤에는 돌 표면의 색이 짙어져 한층 웅장한 느낌을 줍니다. 관광객이 적은 평일 오전이나 해질 무렵이 특히 좋습니다. 주차장은 도로변에 마련되어 있으며, 도보 접근이 편리합니다. 돌에 직접 손을 대거나 기대는 것은 금지되어 있습니다. 잠시 멀리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동이 전해집니다.
마무리
경주 구황동 당간지주는 단순한 돌기둥이 아니라, 신라인들의 신앙과 기술이 담긴 상징이었습니다. 두 기둥이 마주 선 그 사이로 보이는 하늘은, 마치 옛사람들의 기도가 여전히 오르고 있는 듯했습니다. 화려한 사찰은 사라졌지만, 그 중심에 서 있던 이 돌기둥만이 묵묵히 그 자리를 지켜왔습니다. 바람이 불 때마다 돌 표면의 거친 질감이 빛을 달리하며, 천년의 시간이 지금도 숨 쉬는 듯했습니다. 잠시 머물렀을 뿐인데 마음이 고요해지고, 신라의 숨결이 가까이 느껴졌습니다. 다음에는 해질녘 붉은 노을 아래서 다시 찾아, 두 기둥이 품은 시간의 깊이를 천천히 느껴보고 싶습니다. 구황동 당간지주는 경주가 간직한 가장 단정하고 고요한 유산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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