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 도심 속 천년의 흔적 서산 동문동 당간지주 탐방기

맑은 겨울 하늘 아래, 서산 시내 중심가의 도로 한편에 세월의 흔적을 품은 돌기둥 두 개가 서 있었습니다. 바로 ‘서산 동문동 당간지주’입니다. 주변은 현대식 건물과 상가가 즐비하지만, 그 사이에 묵묵히 서 있는 두 기둥은 시간의 흐름을 거슬러 온 듯했습니다. 가까이 다가가면 거친 돌 표면에 손때와 바람의 흔적이 느껴졌습니다. 햇살이 기둥의 옆면을 따라 흐르며 길게 그림자를 드리우고, 그 사이로 미세한 이끼가 빛을 머금었습니다. 소박하지만 당당한 자태였습니다. 한때 절의 깃발을 받쳐 들었던 자리이자, 불법(佛法)의 상징이었던 그 구조물이 지금은 도시의 한가운데서 고요히 역사를 증언하고 있었습니다. 바쁜 도심 속의 짧은 정적이 오히려 더 깊게 다가왔습니다.

 

 

 

 

1. 서산 시내에서 당간지주로 향하는 길

 

서산 동문동 당간지주는 서산시청에서 도보로 약 10분, 옛 동문 터 인근의 도심 한복판에 있습니다. 내비게이션을 따라가면 ‘서산동문동당간지주’ 표지석이 보이고, 인도 옆에 작게 정비된 유적 구역이 나타납니다. 주변은 도로와 상가가 혼재된 구역이지만, 유적 주변만큼은 낮은 철제 울타리로 구획되어 조용한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주차는 인근 공영주차장을 이용하는 것이 편리합니다. 도시의 중심이지만 접근성은 좋아 가볍게 들르기 좋았습니다. 길가의 인도에서 몇 걸음만 옮기면 바로 눈앞에 기둥이 나타나고, 갑자기 도심의 소음이 멀어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오래된 돌과 현대의 풍경이 나란히 놓여 있는 그 대조가 인상 깊었습니다.

 

 

2. 당간지주의 형태와 조형적 특징

 

당간지주는 절의 입구에 세워져 불교 행사 때 깃발을 달던 기둥을 지탱하는 구조물입니다. 서산 동문동 당간지주는 높이 약 3.8미터의 화강암 석재 두 개가 나란히 서 있으며, 서로 간격을 두고 깃대를 꽂았던 자리를 남기고 있습니다. 상부에는 홈이 파여 있어 당간을 고정하던 철심이 있었던 흔적이 남아 있고, 기둥의 윗부분은 완만하게 깎여 있습니다. 표면에는 오랜 풍화로 인한 거친 질감이 남아 있으며, 중간중간 작은 균열 속으로 잡풀이 자라고 있었습니다. 기단부는 네모난 판석으로 구성되어 안정감을 주며, 좌우 대칭의 비례가 단정합니다. 군더더기 없는 형태 속에서 조선 이전 석조 기술의 세련된 감각이 드러나 있었습니다. 단순함 속에서도 완성된 균형미가 느껴졌습니다.

 

 

3. 유래와 역사적 배경

 

이 당간지주는 통일신라 말에서 고려 초기에 세워진 것으로 추정되며, 원래는 인근에 있었던 사찰의 입구를 장식하던 구조물이었습니다. 지금은 절이 사라지고 기둥만 남아 있지만, 서산 지역 불교의 전성기를 증언하는 중요한 흔적입니다. 조선 후기 문헌에도 ‘서산의 옛 절터에 남은 돌기둥 두 개’로 기록되어 있을 만큼 오랜 세월 동안 지역의 상징으로 자리해 왔습니다. 과거 이 일대에는 ‘동문사’라 불리던 사찰이 있었다고 전해지며, 당간지주는 그 절의 불법을 상징하는 표식이었습니다. 안내문에는 “사라진 절의 숨결이 여전히 서 있는 자리”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습니다. 도시가 변하고 건물들이 세워졌지만, 이 두 돌기둥만은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4. 주변 환경과 보존 상태

 

당간지주는 낮은 철제 울타리 안에 보호되고 있었으며, 바닥에는 잔디와 자갈이 고르게 깔려 있었습니다. 돌 표면에는 풍화된 흔적이 많지만, 형태는 거의 온전하게 남아 있었습니다. 관리 안내판이 새로 교체되어 있었고, 유래와 조형적 특징이 자세히 설명되어 있었습니다. 도시 중심부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변의 소음이 유적 안쪽으로는 잘 스며들지 않았습니다. 불상이나 탑처럼 화려한 조각은 없지만, 그 단순한 수직선이 공간을 단단히 지탱하고 있었습니다. 햇빛이 기둥의 옆면을 비출 때마다 돌결이 은은하게 드러났고, 그 위로 바람이 지나가며 조용한 울림을 남겼습니다. 도심 한복판에서 이렇게 정숙한 시간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5. 함께 둘러보기 좋은 서산의 명소

 

동문동 당간지주를 관람한 뒤에는 가까운 ‘서산 동헌’이나 ‘서산 해미읍성’을 함께 방문하면 좋습니다. 두 곳 모두 차량으로 10~15분 거리에 있으며, 각각 조선 시대 행정과 군사의 흔적을 간직한 유적입니다. 또한 시내 중심의 ‘서산근대거리’에서는 20세기 초 건축물과 전통 찻집을 함께 즐길 수 있습니다. 도보 5분 거리에는 ‘동문시장’이 있어, 지역 주민들의 생활 풍경을 엿볼 수 있습니다. 점심 무렵이라면 ‘시장국밥집’의 소고기국밥이나 ‘청국장정식’을 맛보며 잠시 쉬어가기도 좋았습니다. 돌기둥 하나를 중심으로 역사, 일상, 그리고 현재가 맞닿아 있는 여정이 자연스럽게 이어졌습니다.

 

 

6. 방문 팁과 관람 예절

 

서산 동문동 당간지주는 상시 개방되어 있으며, 입장료는 없습니다. 도로 옆에 위치해 있으므로 관람 시 차량 통행에 주의해야 합니다. 야간에는 조명이 설치되어 있어 밤에도 감상할 수 있지만, 낮 시간대의 햇빛 아래에서 돌의 질감이 더욱 뚜렷하게 드러납니다. 비가 온 뒤에는 기단 주변이 약간 미끄러우므로 발밑을 살펴야 합니다. 유적에 손을 대거나 기대는 행위는 삼가야 하며, 조용히 주변을 둘러보는 것이 좋습니다. 관람 시간은 10~15분 정도면 충분하지만, 잠시 멈춰 서서 도시 속의 고요를 느껴보는 시간을 가지면 좋습니다. 과거의 숨결이 오늘의 일상 속에서 어떻게 살아 있는지를 느낄 수 있는 순간입니다.

 

 

마무리

 

서산 동문동 당간지주는 더 이상 깃발을 달지 않지만, 여전히 서산의 역사를 묵묵히 떠받치고 있는 돌기둥이었습니다. 화려하지 않지만, 그 단단한 수직선 하나가 긴 세월의 신념을 대변하고 있었습니다. 수많은 사람과 시간이 오갔지만, 이 두 기둥은 한 자리에서 변함없이 서 있었습니다. 돌의 표면에 스며든 바람과 햇빛, 그리고 그 속에 남은 정적이 묘하게 따뜻했습니다. 잠시 머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차분해지고,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듯했습니다. 현대의 거리 한복판에서 옛 절의 자취를 마주한다는 것은, 과거와 현재가 맞닿는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작지만 깊은 울림을 전하는 국가유산 — 그것이 바로 서산 동문동 당간지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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